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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우슈쿵푸협회 2007-08-10 조회수: 5708
  
[시시각각] 폭력 없애야 체육이 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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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 하이(Running High)’라고 불리는 상태를 나도 경험한 적이 있다. 헬스클럽에서 땀 뻘뻘 흘리며 한 30분가량 달리는데 갑자기 형언하기 힘든 쾌감이 찾아왔다. 전혀 힘든 줄도 모르게 됐다. ‘아, 말로만 듣던 러닝 하이가 이런 것이구나’라고 생각했다. 꼭 러닝 하이가 아니더라도 운동 후의 상쾌한 기분은 술이나 다른 약물에 비할 바가 아니다.

 스포츠는 부작용이 전혀 없는 순수한 기쁨을 준다. 얼마 전 한 여론조사 기관에서 성인 1502명을 상대로 ‘대한민국 행복 메이커’는 누구냐고 물어보았다. 1~5위가 박지성·송일국·박태환·김연아·이봉주였다. 드라마 ‘주몽’으로 인기를 누린 송일국을 빼면 전부 스포츠 스타다. 스포츠는 나도 즐겁지만 남도 행복하게 만든다.

 그러나 스포츠가 순수하지 않을 때도 많다. 남과 겨루거나 집단으로 맞붙는 경우다. 국가 간 대결은 말할 것도 없다. 2014년 겨울올림픽 유치 과정에서 우리는 러시아와 누가 더 순수하지 않은지(?) 겨루다가 패했다. 많은 이들이 근대올림픽이 고대 올림픽의 순수한 아마추어 정신을 되살린 행사라고 잘못 알고 있다. 그러나 고대올림픽은 실제로는 무지막지한 훈련을 거친 프로 선수들의 경기였다. 우승자에게 달랑 올리브 가지 하나만 수여한 것은 맞다. 그러나 고향에 돌아가선 엄청난 금전적 혜택과 명예를 누렸다. 아테네의 경우 우승자에게 500드라크마를 지급했는데, 이 돈은 군인의 2년치 봉급에 해당하는 거액이었다고 한다.

 정치적으로 이용되기 쉬운 점도 스포츠를 순수하지 못하게 만든다. 많은 독재자가 ‘건전한 육체에 건전한 정신’이라는 유명한 구호를 애용했다(나치의 베를린 올림픽을 상기해 보라). 사실 이 구호도 잘못 전해진 것이다. 원문(로마 시인 유베날리스의 시)은 ‘건전한 육체에 건전한 정신이 깃드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였다고 한다. ‘건전한 육체에 건전한 정신’과는 의미가 사뭇 다르다.

 자칫 순수함을 잃어버리기 쉬운 게 스포츠라지만 그래도 한국 스포츠계는 정도가 너무 심하다. 폭력으로 얼룩진 학교체육, ‘수천만원짜리 유니폼’으로 상징되는 체육 특기생 비리가 대표적이다. 농구 감독의 성추행 혐의가 불거진 게 얼마 전이다. 서울체고 부정 편·입학 사건, 아이스하키 입시 비리가 그 위에 오버랩된다. 학업과 운동을 병행하는 연세대 농구부와 ‘무폭력 스포츠팀’으로 자리 잡은 고려대 럭비부가 대학가의 일상 풍경이어야 옳은데, 되레 기사감이 될 정도로 희귀한 사례로 대접받는 게 현실이다.

 대한체육회가 지난달부터 체육계 자정(自靜)운동을 하고 있다. 입시, 경기단체 운영, 폭력·성추행, 심판 판정 등 네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고 한다. 감사실을 확대 개편해 ‘체육계 자정운동 추진본부’를 만들었고 정관을 고쳐 ‘체육윤리위원회’도 공식 기구로 격상시켰다. 10월 전남 광주에서 열리는 전국체육대회 때 대대적인 자정 결의대회도 펼칠 예정이라고 한다.

 결의문 몇 장으로 체육계가 깨끗해진다면 얼마나 좋으련만 현실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특기생 비리만 하더라도 입시제도 등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와 맞물려 있다. 나는 자정운동의 첫 걸음이 폭력 추방이어야 한다고 믿는다. 김정길 대한체육회장은 자신이 회장직을 맡고 있는 태권도협회에서부터 폭력을 몰아내야 한다. 특히 학교 운동부의 폭력은 추방 대상 1호다. 초등학교 운동선수의 74%가 선배나 교사에게 맞은 적이 있다니(국가인권위원회 조사), 도대체 말이 되는가. 군대에서도 구타하지 않는 판에 어린 학생들이 매 맞으며 운동을 한다면 누가 자녀에게 운동을 권하겠는가. 맞아가며 배운 아이가 커서 무슨 스포츠 정신을 가르칠 수 있겠는가.

 스포츠가 나도 즐겁고 남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룰(rule)을 지키기 때문이다. 규칙 속에서 최선을 다하기 때문이다. 폭력은 룰을 깨는 첫 단계다. 체육계 자정운동은 전국의 모든 경기장과 학교 운동장, 합숙소에서 벌어지는 아주 작은 폭력도 그냥 보아 넘기지 않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노재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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